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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시위와 비폭력 시위'에 해당하는 글(1)
2015.04.20   불법VS합법, 폭력VS비폭력 구도의 토론에 대하여


불법VS합법, 폭력VS비폭력 구도의 토론에 대하여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 대해서 폭력 집회다 불법 집회다 말이 많은 거 같다.

 

토요일 나는 광화문에 못가서 경찰이 어땠는지 시위대는 어땠는지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다만 내 친구들의 이야기와 그동안 정부와 공권력, 보수 언론이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에 대한 경험으로 추측할 뿐이다.

 

합법, 불법에 대해서 그리고 폭력과 비폭력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1.

먼저 불법과 합법.

 

역사적인 사례들을 예로 들어보자.

 

합법적인 행동

철도노조 파업, MBC노조 파업, 통합진보당 해산, 나치의 집권

불법적인 행동

3.1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516쿠테타, 전두환의 쿠테타

민주주의를 촉진

철도노조 파업, MBC노조 파업, 3.1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민주주의에 역행

통합진보당 해산, 나치의 집권, 516쿠테타, 전두환의 쿠테타

 

어떤 행동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그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냐와는 별개다. 합법적이지만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동도 있고, 불법이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확장하는 행동도 있다. 심지어 시민불복종은 불의의 법을 고발하기 위해 일부러 법을 어기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펼치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시민불복종으로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미국의 흑인민원 운동가들이 펼친 불복종 시위가 있는데, 우리는 아무도 그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백인전용 식당에 들어가서 앉은 것이 당시 법을 어긴 불법적인 행동이었다고 비판하지 않는다.

 

불법 행동만이 더 뛰어난 투쟁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친 노동조합의 파업처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펼치는 투쟁도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고, 때로는 불법을 무릅쓴 투쟁 방식은 투쟁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를 제한하기도 한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불법시위와 합법시위를 도덕적인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 어떤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인지, 그리고 행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

무엇이 폭력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폭력 투쟁보다는 비폭력 투쟁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성공가능성도 높으며, 투쟁 과정 또한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무엇이 폭력이고 무엇이 비폭력일까?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컨대 (옳고 그름의 문제는 따지지 않는다면) 쇠파이프로 전경을 때리는 것은 폭력이라는 데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태극기를 불태우는 건 폭력일까 비폭력일까? 전경 버스는 부수는 건 폭력일까 비폭력일까?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고, 강정마을에서 활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평화활동가 앤지 젤터는 1990년대에 동료들과 함께 공군 기지에 잠입해서 망치로 호크기를 때려부쉈다.(전쟁없는세상 37호: 비폭력 직접행동 무죄 사례 살펴보기) 한국이었다면 그 행동을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봤을까? 엔지 젤터와 동료들은 그 행동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폭력 평화운동의 상징인 간디는 칼을 든 강도 40명에게 둘러싸인 사람이 칼을 들고 방어한다면 그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행동에 대해 폭력과 비폭력을 명확하게 가르는 절대적인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집회나 시위가 폭력이냐 비폭력이냐를 규정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시위를 조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더 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을 수 있고(소수에게 집중된 힘에 기반한 저항 운동은 또 다른 권력 집단을 만들게 된다),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을 우리의 저항 속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폭력이냐 비폭력이냐를 가지고 논쟁할 게 아니라, 어떤 저항이 우리에게 가장 유용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지를 가지고 토론해야 한다.

 

태극기를 불태운 행동이나 전경 버스에 물리적인 힘을 가한 행동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비폭력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폭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이게 폭력인지 비폭력인지를 따지고 들어가봤자 남는 게 없다는 거다. 우리가 해야할 토론은 그 행동들이 과연 세월호 1주기 집회의 목표에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세월호 1주기 집회의 목표가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저항에 나서는 집단이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저항은 성공할 수 없다.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위해 좋은 저항이었는지를 따지고, 목표가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할지를 토론하는 게 생산적이다.


 

결론은 어떤 저항 행동에 대해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따져봤자 그 행동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고, 폭력 비폭력을 따지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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