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래군이형 면회를 다녀왔다. 나는 감옥 간 박래군을 별로 걱정 안 하는데, 감옥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지독한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밥 잘 챙겨먹고 운동 규칙적으로 하고 술 담배 안 하니 건강해질수도 있고, 컴퓨터 스마트폰 없으니 책 읽으면서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다. 물론 케바케여서 감옥에 가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암튼 래군이형은 잘 지내보였고, 그래서 원래부터도 없던 걱정 앞으로도 없을 듯.
<A가 X에게-편지로 씌어진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특별히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소설을 읽고 싶어서 다시 빼들었다. 예전이 읽었던 부분 뒤 쪽으로 읽는다. 감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자연스레 내 감옥 시절이 떠오른다.
감옥 안에서는 모든 감각과 모든 사고가 예리하고 예민해진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 것들,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때 나는 진은영의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보고 있었는데, 시집 제목과도 똑같은 제목을 가진 표제시가 마음에 들어 내 나름으로 흉내는 내 보았다. 감옥에서 나만의 사전을 만든 것이다. 사전이라고 하기에는 단어가 몇 개 없지만, 이 단어들이면 당시 수원구치소에서 내 일상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감옥에서 만든 나만의 사전
그리움: 보고 싶은 사람들을 자꾸 떠올리는 일. 그러나 자꾸만 희미해져가는 얼굴들.
외로움: 1.31 평 좁은 방안에서도 철문 밖 넓은 세상에서도 내자리를 찾을 수 없다.
고독: 이 방 안에서 살아있는 건 나와 작은 화분하나. 그런데 화분이 시들어간다.
사랑: 하루종일 오지 않는 너의 편지를 기다렸다. 그래도 언제나 다음날이 또 기대된다.
설레임: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 떨어질 줄 알면서도.
미움: 내 안에 살고 있는 보기 싫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내다. 혹은 다른사람에게 투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