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의 한국현대사 강의를 듣고.
오늘은 김활란 이야기였는데, 역시나 김활란 이야기만 하지는 않았다ㅋㅋ
기억에 남는 것, 혹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것들을 정리해놔야지. 안 그럼 다 까먹음.
우선 간단 노트
-김활란의 친일 행적은 문제 삼으면서 왜 보봐르가 프랑스의 식민주의를 옹호한 것은 문제 삼지 않나? 왜 김성수의 친일 행적은 문제 삼지 않나?(실제로 인터넷에서 백과사전을 검색해보면 김활란은 '직업'에 '일제의 앞잡이'라고 되어있지만 김성수는 친일부역행위에 대한 서술이 일체 없음)
-목포가 근대 개항기에 신여성의 집단 거주지였다고
-허정숙, 채용신과 도원결의했다고
-화이트 남성이 브라운 여성을 브라운 남성으로부터 해방시켰다.(인도 샤티 논쟁)
-새마을 운동의 아이러니. 농촌 여성들의 가장 활발한 사회 진출 통로
-연줄과 네트워크는 뭐가 다른가?
1.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과 강요가 사람들의 관계를 망친다. 완벽하게 올바른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정희진 왈, "내 모든 언어는 서울중심주의와 이성애중심주의 안에서 이루어진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대구할 말이 없지만, 문제는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라 올바르지 못한 것을 은폐하는 구조다.
2. 보수VS진보 or 자주국방VS한미동맹 or 엔엘VS피디는 결국 같은 목표(nation building)를 공유하고 방법이 다를 뿐이다.
이 이야기는 정희진 강연 때마다 듣는 이야기. 오늘 새롭게 들렸던 거는, 내 경험과 내 고민에 연결되었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 경험에 대한 고민.
돌이켜 생각해보면, 윤구병 대표이사와 좋은 관계(내가 보기에는 종속적이지만)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윤구병 대표이사를 잘 감시하고 잘 견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 둘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것도 '좋은 국가 만들기'라는 목표를 공유했던 진보/보수, NL/PD,자주국방/한미동맹과 마찬가지로 '좋은 회사 만들기'라는 목표를 공유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들과 무척이나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다른 건 방법 뿐이었던 걸까.아닌가? 회사는 국가나 사회처럼 커다란 조직이 아니어서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나?
만약 정희진 샘이 제기한 질문이 회사와 노동조합 활동에도 유요하다면, 그럼 나는 무엇을 했어야 했을까? 좋은 회사 만들기라는 목표 대신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야 했나?
물론 좋은 회사 만들기만이 목표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땠는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강요된 행복을 거부하기 위해, 불행마저도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존엄을 가진 인간이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앞장서서 했다. 그냥 내 생각일 뿐일까? 지나고 난 뒤에 각색해서 아름답게 포장한 기억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