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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민주주의'에 해당하는 글(1)
2015.12.17   <직접행동> 에이프릴 카터, 교양인


<직접행동> 에이프릴 카터, 교양인

옮긴이 서문

이렇게 극히 작고 극히 큰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에서 주권재민, 보통선거,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원칙만으로 참된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키가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땅강아지 같은 사람들과 남산보다 더 큰 거인들 사이에 물리적으로나 은유적으로나 참된 의사소통과 민주적 토의가 가능할까? 또한 거인들이 민주주의 과정의 배후에서 정치인들에게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디어, 선전매체, 이데올로기 장치를 통해 작은 사람들의 의식을 교묘하게 조작하며, 각종 제도를 통해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철통같이 고수할 때에 투표 행위라는 '민주적' 절차가 민주주의를 과연 얼마나 제대로 보장해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이런 거인들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아무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초국적 자본의 이동) 가는 곳마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작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면 그것을 과연 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소득불평등이라는 렌즈로만 민주주의의 허점을 짚어보았지만 이런 허점은 여러 영역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러한 민주주의의 결손을 넘어 민주주의를 '재발명'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여기에는 세 가지 고려가 있을 수 있다 .

(아래부터는 임의로 축약)

첫째, 시민권의 문제. 시민권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더욱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방대한 현대 국가에서 실시하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진정한 시민권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거대한 불평등 현실은 단일한 보편 시민권 개념이 감당할 수 있는가?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포용할 것인가?


둘째, 민주적 응집성의 문제. 이것은 정치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단순히 '다수의 지배'라는 원리에 밀려 배제된 사람들의 정치적 응집성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초국적 자본 이동의 시대를 맞아 민주주의를 정부의 영역보다 민간 부문에서, 국내보다 국제적으로, 정치 영역보다 비정치 영역에서 더욱 과감하게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셋째, 민주주의의 장소와 정치적 주체 행위의 문제. 복잡한 21세기의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어디인가? 만일 국민국가가 더는 민주주의에 가장 적합한 '유일한' 장소가 아니라면 그것은 전 지구적 차원의 어떤 기구인가, 아니면 분권화된 지역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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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른바 민주정치의 선진국들도 엄청난 정치적 파란과 투쟁을 거쳐 민주주의를 쌓아 올렸음을, 그리고 정태적인 절차 민주주의의 완성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절차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순간 그것은 화석화된 민주주의로 전락한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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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우리는 자본주의적 자유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야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1987년 6월 이후 민주화운동이 종결되었고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렸다는 식의 단절적 사고는 민주주의를 극히 형식적으로, 근시안적으로 이해하는 착각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는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많고 적고의 문제이며, 존 듀이의 말처럼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행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끊임없는 민주화운동이 필요할 뿐이다. 직접행동 민주주의는 지구화시대에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내고, 더 많고 더 강하고 더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자, 수많은-과반수가 훨씬 넘는-작은 사람등에게 거의 유일하게 허용된 민주적 '안전장치'인 것이다. 이 책의 의의는 바로 이 점을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엄밀한 정치이론으로써 성공적으로 논증한 데에 있다. 



33쪽

직접행동은 민주적 자력화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실제로 직접행동은 저항을 계획하고 그러한 저항의 일부 요소인 대안 제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런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민주주의 사상과 실천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될 때 직접행동은 일종의 직접민주주의를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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