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쪽, 김상봉 추천사
이 책에도 소개된 20세기 한국의 사상가 함석헌은 태평양전쟁에서부터 한국전쟁까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희생된 나라에서 전쟁과 군사문화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운동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을 개탄했다. 그 마음은 나도 다를 것 없지만, 평화주의 운동 이전에 한국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반성 자체가 없는 것이 나는 훨씬 더 끔찍하다. (중략) 한국가회가 얼마나 폭력적인 사회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평화주의 운동이 가능하겠는가?
-16쪽, 서문
한국의 많은 정치인이나 시민들은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다르다고 보지 않고 틀렸거나 악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입장을 '의견'으로 이해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의지'로 이해하기 때문에 사람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차이가 차별을 부르고 때로는 폭력으로 다스려진다. (중략)
아렌트는 이런 생각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바로 전체주의를 부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이성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의 인식은 그가 살아온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 제 아무리 헌신적이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도 그의 삶은 그 현실 속에 있다. 똑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치열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 삶은 언제나 어떤 한계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고, 이 과정은 궁극의 진리를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다.
비폭력 트레이닝과도 연결지점이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