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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 홍은전, 까치수염,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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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쪽 TV에서 '불쌍한' 장애인을 보면서는 혀를 차고 지갑을 열던 사람들이 눈앞에서 자신의 길을 막고 그 길을 함께 가자고 외치는 장애인들에게는 '병신'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박경석 교장은 이렇게 말헀다. 좋습니다, 우리는 병신입니다. 그러나 당당한 병신으로 살고 싶습니다. 30년 동안 집구석에서 갇혀 지냈다고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주더니, 자신들이 당장 30분 늦으니까 저렇게 욕을 하는군요. 이제 그 병신들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줍시다. 당당한 병신으로 살아 봅시다!
76쪽 권리는 '법전에 있지 않았다. '배운' 사람들이 먼저 찾아서 하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권리는 차별 받고 억압 받는 사람들이 그 자신의 힘으로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었다. 오늘의 '당연한' 저상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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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쪽> 그와 나의 경험이 비슷했을지 모르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혼자서 겪은 일들을 그 자신에게서 듣지 않는 한, 어떻게 그의 죽음이 부검될 수 있습니까?
기록이란 애초에 가능한 것일까?
<114쪽>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병역거부의 양심에 대해 생각하다
<117쪽> 다음의 일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 기억하라고 나에게 말할 권한은 이제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선생도 마찬가집니다.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오월 광주와 병역거부의 만남
<120쪽>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겪은 일들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노동조합 활동을 스스로 기록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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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보고 나서 <노동자, 쓰러지다와> <소년이 온다>를 함께 보고 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아우슈비츠의 죽음과 산업재해와 518의 죽음이 세월호의 죽음들과 뒤벅범이 된다.
불에 타 죽고, 물에 빠져 죽고, 총에 맞어 죽고, 가스실에서 죽고, 용광로에 뼈째 녹아서 죽고. 죽음의 양상은 다르지만, 이 죽음들 맞닿은 지점에서 두 가지가 눈에 박힌다.
이 죽음들은, 구조적인 죽음이다. 생명활동의 일부로서 죽음 같은 게 아니다. 예전 같으면 국가폭력이라고 쉽게 이야기 했을 텐데, 지금은 국가 폭력이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 않다. 국가 폭력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국가 폭력이라고 말해버리면 너무 단순화하는 거 같다. 폭력에 죽어간 사람들의 삶이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을 죽인 폭력도 아주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결국 이 죽음들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다"(소년이 온다, 95 쪽) 이 질문은 결국 죽음에서 시작했지만, 죽음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전반에 걸쳐진 질문으로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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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탈핵> 김익중, 한티재, 2013
232쪽 또한 198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야간노동이 시작된 시기인데, 핵발전소 건설과 야간노동의 시작이라는 이 두 사건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발암 요인으로 규정한 야간노동이 일반화된 데에는 핵발전소에 의한 심야전기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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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허를 응시하라> 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펜타그램, 2012
10쪽 엄청난 재난이 닥쳤을 떄 우리가 보이는 행동은 우리가 이웃을 재난의 참혹한 피래보다 더 큰 위협으로 여기느냐, 아니면 집과 상점에 있는 재산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
10~11쪽 지진이나 폭격, 태풍이 닥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타심이 발동해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타인과 이웃들을 보살피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재난이 닥쳐오면 인간은 이기적으로 돌변하고 공황에 빠지거나 야만적인 모습으로 퇴보한다는 관점은 그다지 사실적이지 않다. (중략) 대재난을 당했을 때 주로 최악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남들이 분명 야만적으로 행동할 것이므로 자신들은 야만적 행위를 막으려는 방어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18쪽 만일 지옥에서 낙원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기존 질서와 체제가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살며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 덕분이다.
32쪽 재난이 발생한 순간, 구질서가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즉흥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고 대피소와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러면서 결점 많고 부당한 기존 질서의 부활이냐, 아니면 새로운 질서의 등장이냐를 두고 투쟁이 일어난다. 이때 새로운 질서는 어쩌면 더 억압적일 수도 있고, 재난 유토피아처럼 더 정의롭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
81쪽 우리 모두가 여러 개의 자아를 갖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재난 시에 나타나는 인간 본성의 대부분은 우리가 보통 또는 항상 어떤 사람인지를 암시하기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혹은 어떻게 되는 경향이 있는지를 암시한다.
196쪽 "무법성과 강력한 사회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중매체는 재난 관리에서 군대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정치적 담론을 반영하는 동시에 강화한다. 이런 정책적 입장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군국주의가 미국에서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31쪽 어떤 면에서 재난은 사회와 정부에 존재하는 긴장과 갈등과 경향을 드러내거나 위기 국면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국민들의 긴급한 필요에 복무하지 못할 때, 정부가 이기적이거나 무능하거나 엘리트들의 이익에만 몰두하여 다수의 안녕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일 때, 재난이라는 격변은 그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한다. (중략) 예전의 재난학자들은 자연재해 속에는 모든 당사자가 공통의 이해와 목표를 가진다고 생각했지만, 현대 사회학자들은 재난을 숨은 갈등들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순간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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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장들의 이야기>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오월의 봄, 2013
12쪽 차별금지 사유의 삭제 자체가 신호탄처럼 한국 사회의 차별을 번쩍 비췄는데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척했다. 그러면서 차별은 나쁜 것이라고 되뇌고 있었다. 무언가를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은 그것의 부재를 선언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듣겠다는, 겁 없는 마음을 먹었다.
13쪽 많은 사람들이 차별은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고유하게 부딪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은 사라져야 할 것이지만, 그/녀들에게서 사라져야 할 것이 된다. 나나 너는 차별을 하는 사람도, 차별을 받는 사람도 아니고, 오로지 그/녀들이 겪는 어떤 피해가 차별이 된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는 차별을 없앨 수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그/녀들이 말한다. 나, 나야, 네가 부른 그/녀가 아니라 너를 부르는 나, 나라고.
90쪽 대상에 따른 차별적 정책으로 나타나는 분할 통치는 지배의 오랜 전략이다.
109쪽 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자의 경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통의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전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낯선 주체들의 경험을 대중들의 관습화된 연민에 기대어 전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관습화된 연민이란 다수자의 가치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낯선 주체들의 경험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감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의 말처럼 연민도 이해와 소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연민은 그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굴욕적인 것으로 기억하도록 만들어 자기를 긍정할 수 있는 계기를 박탈하기도 한다.
112쪽 성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성애적 경험은 중요한 경험이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성정체성은 차별과 억압의 경험, 동질감, 타인과 관계 맺기 등과 같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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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커리큘럼> 이계삼, 한티재, 2013
나는 이'힘의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분리와 함께 반드시 '혼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날 혼란을 하고 싶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은 곧장 복직되어야 한다. 핵발전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당장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생겨날 혼란을 함께 겪어야 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이 복직되면서 그 회사 안에서 생겨날 자본가의 손실, 예정된 구조조정이 무산됨으로써 생겨난 혼란 속에서 그동안 자본이 일방적으로 편취해왔던 이익의 분배구조가 제자리로 돌아올 길이 모색되어야 한다. 핵발전을 포기함으로써 생겨날 전체 전력 1/3의 부족으로 초래될 불편과 손실이 계산되고 함께 나누어져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됨으로써 생겨날 문화적 충격과 아이들의 분출로 인한 곤란한 상황들 속에서 교사와 어른들은 '맷집'을 키워야 한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해온 게 있지 않은가. 한국 경제가 망한다, 한국 교육이 망한다, 전력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딴 소리 다 겁주려고 하는 소리인 줄 알고 있다, 이런 종류의 혼란으로 인해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역사가 증언하듯 저들의 탐욕으로 인해 망했으면 망했지, 정의와 진실을 위해 민중들이 분출함으로써 생겨난 혼란으로 세상이 망했던 적은 없다. 혼란은 한 사회가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치유의 비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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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팝니다 켄 실버스타인 지음, 정인환 옮김, 이후, 2007
69쪽 조엘 존슨은 항공산업협회 출신으로 "외국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보다 설탕이 코팅된 아침 식사용 시리얼을 판매해 아이들 치아를 썩게 만드는 것에 더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천안문 광장에서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한 뒤 존슨은 미국 정부가 대중국 무기 수출을 금지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세계정책연구소의 군축 전문가 윌리엄 하퉁 연구원에게 "만약 미국이 현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서 멀어진다면, 다음 세기까지 매출고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존슨은 "어쨌든 천안문 사태는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다. 중국인 입장에서 볼 때 2백 명이 죽든 2천 명이 죽든 그저 레이더에서 한 번 깜빡하고 지나칠 만한 사안이다. 무시해도 좋을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166쪽 그는 심지어 메렉스가 판매한 무기를 사들인 이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 사고 차량을 판매한 자동차 영업 사원이 짊어져야 할 정도만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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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사회> 벌거벗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한홍구 외, 철수와 영희, 2012년
13쪽 저는 감시는 원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누구를 감시하죠? 시민이 정부를 감시해야죠. 시민이 권력을 감시해야 합니다. 왜? 권력의 속성이 무엇입니까? 가만히 놔두면 건방져져요. 방자해집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원리 자체에 견제와 감시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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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와 나> 김중미, 창비, 2013
139쪽, 꿈을 지키는 카메라
지난 주말, 사십 년 된 삼계탕집이 헐린 자리에 갔다가 건물 더미 밑에서 어미와 새끼 길고양이들을 만났다. 가끔 우리 만둣집에 와서 아버지한테 돼지비계를 얻어먹고 가던 고양이였다. 아마 삼계탕집 어딘가에 숨어 살다가 졸지에 집을 잃은 모양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앞발을 치켜들고 발톱을 있는 대로 드러내며 경계했다. 나는 캭캭 소리를 내며 등을 구부리는 어미 고양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처음에는 어미 뒤에 숨었던 아기 고양이들이 제 어미를 따라 등을 활처럼 구부리더니 털과 꼬리를 세우고 싸울 태세를 했다. 고양이 가족이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모습이 꼭 우리 시장 사람들을 닮은 것 같아 코끝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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