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점심 메뉴가 채식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준비된다는 거였다. 카레가 나와도 고기 안들어간 카레가 따로 나오고, 떡국을 끓여도 고기 안넣고 끓인 떡국이 나왔다. '소수자를 이렇게 배려해주는 회사도 있구나.' 신기하면서도 내가 이 회사를 다닌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때는 정말이지 만나는 사람마다 회사 자랑을 하고 다녔다.
자전거를 회사 건물 안에 두는 게 문제가 됐다. 회사 안에 두면 안되는 까닭이 너무 궁금한데, 대표이사도, 상무이사도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건물 안에 두면 안된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우리 회사에 자전거 출퇴근족은 딱 두 명. 비가 안 올때는 회사 밖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두지만 비 올때나, 서울로 외근 나가서 자전거를 챙겨가지 못할 때는 안에 들여놓을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회사에 빈공간도 많으니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똥고집인지 대표이사는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여러 직원이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는 글을 인트라넷에 올리니까 다시 한번 생각하는 척을 한다. 직원들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 보관함 사진을 올렸는 데 그 자전거 보관함(모든면이 막힌)을 37대 설치할 경우 비용을 뽑아보란다. 그 보관함 엄청 비싸다. 회사가 소수만을 위해 비용을 쓸 수 없다며 일반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관함을 설치하면 직원 수만큼 37개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37대 설치하면 1억이 넘는 돈이 든다. 세상에.
천안 사는 직원이 자전거로 출퇴근 하나? 아니 서울 사는 대표이사 본인도 자전거로 출퇴근 할 수 없다. 37명 직원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까닭은 뭘까? 일반론에 입각해서 자동차 주차장을 37개 만들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누가 그런 비싼 자전거 보관함 만들어 달랬나. 비 피하고 도선생 피할 공간이면 족하거늘. 직원들과 소통하는 척. 직원들 이야기 들어주는 척. 애쓰는 척. 그러니까 더 짜증나고 성질난다. 애시당초 이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다는 거 이미 다 안다. 사장님하, 추잡하다. 참 추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