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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들에게 노동법 교육을 시켜야 한다
 

법으로 무언가를 정해서 사람들한테 법이니까 무조건 지키라고 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법이 무서워서 나쁜 짓 안하는 사람들은, 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내면 언제든 스스럼없이 나쁜 짓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법은 결코 약한 사람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도, 법으로 심판하는 사람도 모두 힘없고 약한 사람보다는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 편에 선다. 노동자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그이들은 너무 소수다. 대부분이 돈 있고 빽 있는 집안 출신이거나 자기가 그런 처지니 노동자 편을 안 드는 건 어찌 보면 이해는 된다. 마지막으로 법으로 많은 것을 정해버리면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금 더디더라도 잘못된 것들을 스스로 깨닫고 판단할 수 있는데, 법으로 강제해 버리면 스스로 깨달을 기회가 없어져버린다.


법으로 무언가를 정해버리는 게 정말 싫지만, 이거 하나만은 법으로 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노동법에 넣어
도 좋고, 다른 법 조항에 넣어도 좋다. “모든 회사 경영진은 1년에 일정 시간 이상 노동조합에서 지정한 강사에게 노동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런 법 조항이 있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영악한 사장님들은 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낼 테고, 이 법을 안 지키더라도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거다. 혹은 교육을 받더라도 자기 식대로 멋대로 받아들이거나, 조그만 틈이라도 찾아내서 악용하는 수도 있겠지.


그래도 좋으니 이런 법이 생겨서 딱 1년만이라도 시행하면 좋겠다. 그 이유는 우리 나라 사장님들이 노동법을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모르냐면, 자기들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도 그게 부당노동행위인지 모른다. 노조가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단협에 일방적으로 안 들어오고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닌 줄 안다. 새로 생긴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예비 교섭을 하자고 했더니 예비교섭 필요 없다며 교섭안이나 내놓으라는 회사도 있다. 단체교섭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는 거다. 직원들에게 반성한다는 내용이 드러나도록 시말서를 다시 써오라는 회사도 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예로 들었지만 이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한 까닭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장님들이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사장님들 개인 성품이나, 개인 정치의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게 ‘사장님들이 노동법을 모른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을 만큼 큰 차이는 아닌 거 같다. 오히려 개인으로 봤을 때 굉장히 진보적인 사장님들이 ‘나는 진보적인 사람이고, 나는 늘 노동자들에 연대해 왔으니까 내가 내린 판단은 우리 회사 노동자들에게도 분명 좋은 판단일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사장 개인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노동법에 대해 너무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말 의도적으로 나쁜 마음을 가지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장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노동법 교육을 받아서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안다면 노동자 탄압이 눈에 띄게 줄어들 거다.


물론 법 따위 의지 하지 않고,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힘이 세지면 많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다. 법이 무서워서 법을 요리조리 피해볼까 잔머리만 굴리던 사장님들도 노동조합을 꼼수로 피해갈 수는 없을 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거다. 그래도, 상상해본다. 모든 회사 경영진이 노동법에 따라 노동교육을 받는다면 어떨까? 아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너무 답답한 현실에 이런 꿈이라도 안 꾸면 어찌 살겠나. 이런 꿈 나 혼자 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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