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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이 풍경이 바로 지옥이다

오랫동안 들고 다니던 책 <이것이 인간인가>를 드디어 다 읽었다. 몰입도가 높은 책이었지만, 생각할 게 많은 책이어서 한달음에 읽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책 마지막 부분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레비를 잘 모르기도 해서였지만, 암튼 이 구절이었다.

 

"사실 나는 냉소주의자로 치부되는 게 싫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지금 수용소를 떠올리면 격력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짧았지만 비극적이었던 포로 생활의 경험이 길고 복잡한 증언 작가로서의 경험과 합산되어, 그 결과는 분명 긍정적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나의 과거는 나를 더욱 풍요롭고 자신감 넘치게 해주었다."

 

나는 프리모레비가 자살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살했기 때문에 레비가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저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저 대답은 감옥 생활이 힘들지 않았냐고 나에게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대답과 비슷하다. 때문에 나는 마치 내가 자살을 할 것만 같은 섬찟함을 느낀 것이다. 말도 안 돼! 나는 자살을 한 번도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문득 레비의 자살에 대한 서경식 선생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치를 닮아가는 이스라엘이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에게 견디기 힘든 수치였을 것이며, 자신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 '증인'으로서 마지막 일을 완수하려고 조용한 선택을 했을 거라는 말.

 

분명 이스라엘은 나치와 너무나 닮았다. 인간이 만든 가장 끔찍한 지옥을 겪은 이들의 후손들이 이제는 스스로 가장 무서운 지옥을 만들고 있다. 지옥이 있다면 어떤 풍경일까? 프리모 레비가 읽은 단테의 <신곡>에 묘사된 풍경일까? 아님 프리모 레비가 겪은 아우슈비츠가 지옥의 풍경일까? 나는 이 사진을 봤을 때 지옥을 느꼈다.

 

2009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할 때 언덕에 올라 구경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출처:미디어스

백 번 양보해서 전쟁이 인간 본성이고, 전쟁이 아예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고 하자. 전쟁을 이해 할 수 있다고 치자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 사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적인 이유로 전쟁을 하는 것도 이해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 학살하는 것을 불꽃놀이 구경하듯 구경하는 사람이라니. 이보다 더 끔찍한 지옥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의 인간성이 산산이 파괴되는 기분이었다.

 

이 사진은 2009년 사진이다. 2009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해서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고, 이 가운데 어린이들도 300명이 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블록버스터 영화 보듯 구경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은 또 다시 팔레스타인을 폭격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언덕에 올라 포탄이 떨어지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위터로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학살을 생중계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도 국가니 자기를 포장하거나 변명하는 말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지. 그게 정당하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트위터를 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건 기본이고자기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고 있는지 무슨 축구 경기 해설하듯 중계를 하고 있다고 한다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저 사진을 맨 처음 봤을 때 처럼.

 

레비는 자살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레비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치의 희생양이 지금 세상에서 나치가 되어있다. 이런 일은 또 다시 반복될 거다. 정말 끔찍한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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