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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영국에서 계급 이동이 좌절된 하층 계급 남성 노동자들의 하위 문화 중 하나가 '아무것도 안 하기(doing nothing)'이다. 그들은 왜 계급 상승을 위해 애쓰지 않을까. 그들은 왜 아까운 시간을 죽이고 있을까. 그들은 왜 공부도 하지 않고 노동도 하지 않고, 뭔가 재미를 추구하려 하지 않고 그냥 길거리에 앉아서 우유 갑이나 던지면서 아무런 의미 없는 소리를 지르거나 대화도 아닌 서로의 소음을 견뎌 가면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안 하기'는 '강하지만 강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기'로서 일종의 남성 되기 전략이다. "나는 진짜 쓰레기이고 난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기가 루저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자기는 굉장히 다른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