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쪽
프리먼 다이슨은 종종 자연의 상상력이 인간의 상상력보다 훨씬 풍부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물질계와 생물계의 풍요로움, 물리적 형태와 생명체의 끝없는 다양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의사인 내 입장에서 말할 것 같으면 자연의 풍요로움은 거강과 질병의 측면, 인가과 인간이 만든 조직들이 인생의 도전과 변화를 맞닥뜨렸을 때 어떤 식으로 끊임없이 적응하고 스스로 재건하는지의 측면에서 연구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결함, 장애, 질병은 역설적인 역할을 한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상조차 못했던 잠재적인 능력, 성장, 진화, 삶의 형태가 이로 인해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주제는 질병의 역설적인 측면과 숨겨져 있는 '창의력'이다.
어떤 사람은 발당장애나 질병의 습격을 받으면 겁에 질리지만 어떤 사람은 창조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애쓴다. 이로 인해 특정 궤도나 행동양식이 파괴되면 새로운 길과 방식을 만들어 뜻밖의 발전과 진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경계가 억지로 움직인다. 나는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질병의 이면을 접했으며 이 책에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