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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유의 남성성이란 것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바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면서 자신을 학대하는, 사디즘적이면서 마조히즘적인 속성 말이죠. 이런 남성들은 흔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비군들은 물론 병역거부자들 중에서도요.
군대에 갔다 온 예비역들의 경우는 트라우마가 있죠. '군대 가서 2년 동안 그렇게 고생했는데..."하는. 아무래도 군대의 경험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요, 병역거부자들에게는 감옥생활이 있죠. 힘들면 굉장히 징징대는 스타일도 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밝은 모습을 보이는 스타일이 있는데, 그 중간이 없어요. 요컨대 한국 남성은 트라우마가 왔을 때 표출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