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
스테고
2014. 8. 7. 09:32
<108쪽>
그와 나의 경험이 비슷했을지 모르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혼자서 겪은 일들을 그 자신에게서 듣지 않는 한, 어떻게 그의 죽음이 부검될 수 있습니까?
기록이란 애초에 가능한 것일까?
<114쪽>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병역거부의 양심에 대해 생각하다
<117쪽>
다음의 일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 기억하라고 나에게 말할 권한은 이제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선생도 마찬가집니다.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오월 광주와 병역거부의 만남
<120쪽>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겪은 일들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노동조합 활동을 스스로 기록하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