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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와 나

스테고 2013. 2. 17. 22:53

<조커와 나>

김중미, 창비, 2013


139쪽, 꿈을 지키는 카메라 


지난 주말, 사십 년 된 삼계탕집이 헐린 자리에 갔다가 건물 더미 밑에서 어미와 새끼 길고양이들을 만났다. 가끔 우리 만둣집에 와서 아버지한테 돼지비계를 얻어먹고 가던 고양이였다. 아마 삼계탕집 어딘가에 숨어 살다가 졸지에 집을 잃은 모양이었다. 어미 고양이는 앞발을 치켜들고 발톱을 있는 대로 드러내며 경계했다. 나는 캭캭 소리를 내며 등을 구부리는 어미 고양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처음에는 어미 뒤에 숨었던 아기 고양이들이 제 어미를 따라 등을 활처럼 구부리더니 털과 꼬리를 세우고 싸울 태세를 했다. 고양이 가족이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모습이 꼭 우리 시장 사람들을 닮은 것 같아 코끝이 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