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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만점 철거농성장

스테고 2012. 12. 23. 21:24

매력만점 철거 농성장

유채림, 실천문학사, 2012



235쪽

맞는 말이었다. 농성을 풀고 안 풀고는 구청장을 종용할 일이지 졸리나를 종용할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늘 약자를 진정시키는 데만 익숙해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싸움을 하면 힘센 놈을 말려야 하는데, 오히려 힘없는 놈을 붙들고 싸움을 말렸다. 그사이 힘센 놈은 힘없는 놈에게 달려들어 한 대 더 쥐어박았다. 노사가 붙어도 그랬다. 여론은 시종일관 노가 양보하도록 몰아붙였다. 견디다 견디다 급기야 터진 건데, 도대체 노가 양보할 게 뭐가 있나? 그런데도 노는 등 떠밀려 늘 사 앞에 굴복했다. 이제라도 힘센 구청장한테 양보를 얻어내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