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잔치라고?
못 볼 걸 봐 버렸다.
강연 제목이 거짓말 잔치란다. 박근혜의 거짓말과 윤구병의 거짓말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라고 묻는데, 내가 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차이가 있다면 가진 권력이 크기가 달라서, 악행이 미치는 범위와 영향력이 다를 뿐이지.
그런데 가히 틀린 강연 제목은 아니야. 거짓말을 많이 하긴 하잖아. 그 사람이 했던 거짓말 가운데 내가 아는 것만 추려도 책 한 권 나오겠다.
일단 농사 안 짓는데 농사꾼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거짓말이지. 농부철학자가 아니라 사장님이 자기 정체성인데 곧 죽어도 농사꾼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자기는 스스로 사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는데 그것도 거짓말이지. 어느 노동자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다른 노동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서 해고를 논할 수 있을까. 어느 노동자가 회사 점심 식단에서부터 직원들 부서 이동까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
자기 회사엔 비정규직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비정규직 있는 부서를 아예 다른 회사로 만들어버려서 고용을 더 불안하게 해 놓고 비정규직 없다고 자랑하면 안 되지.
자기는 평생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을 눈 밖에 둔 적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아니 그건 참말일지도. 다만 자기 회사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면 그것만은 철저히 묵살했을 뿐 회사 밖에서는 그랬는지도 모를일이지.
6시간제 하는데 노사가 1년 동안 공부하고 토론 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토론은커녕 억지로 잡은 토론회 자리엔 도망쳐서 안 오고 남겨진 우리끼리 이 쓸모없는 토론 할지 말지를 토론했지. 단 한 번도 대표이사랑 직원들이 6시간제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었지.
6시간제 이후로 스트레스 받는 직원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그랬음 내가 왜 회사 그만뒀겠냐.
노사 갈등도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첫번째 단협부터 6개월을 끌고도 결렬되어서 노동위원회 중재 들어갔는데...대체 나는 누구랑 싸운 거지? 유령이랑 싸웠던 건가? 아님 내가 유령이었나?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내가 너무 싫고 한심하고 서러운데... 그런데 가슴에 쌓인 게 너무 많나봐. 그렇다고 여기다 끄적여봤자 기분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변하는 거 없는줄 알면서도... 게다가 내 구직활동은 더 어려워 질테고...
확실히 지금 나는 치유가 필요해. 그런데 그 치유는 위로나 토닥토닥으로 되지 않아.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저 위선자들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했어야 치유될 수 있을 거야. 싸워야 했는데 싸우질 못했기 때문에 병이 든 거야. 그러니까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거고.
어제 국회 앞에서 100배 하러 갔는데, 한 분이 내게 물었어. 그렇게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냐고. 왜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냐니까 4시에 끝나지 않냐고.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대답을 못 해줬는데, 이렇게 대답할 걸 그랬어. 감옥이, 4시면 퇴근하는 감옥이 있다면, 게다가 월급도 따박따박 나온다면, 그 감옥에 있으면 행복하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