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기

고래 배 속 이물질이 되는 일

스테고 2012. 2. 8. 10:25
그래, 결국 고래 배 속 이물질이 되는 일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남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까칠하고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다.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나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 구역질 나는 악취를 그저 참고만 있을 순 없다.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된다. 그냥 회사 그만 둘까? 엄청나게 많이 생각해봤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만둘 때까지 계속 "그만 둘까?" 이럴거다. 

지금껏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오히려 관계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내 생각이 늘 옳은 것은 아닐텐데, 쉽게 내뱉어도 되나?
회사랑 싸우게 되면 결국 싸울 생각이 있고 싸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나뉘게 될 텐데, 그거는 피하고 싶은데...

이제 딱 두가지만 내 앞에 남았다. 
악취 나는 곳을 탈출할 것이냐, 악취난다고 이야기 할 것이냐. 
물론 악취를 없애면 가장 좋겠지만, 악취의 근원을 제거할 수 없다면,
수수하고 은은한 천연향수를 덕지덕지 부려서 아름답게 보이는 이곳이 
안에서 얼마나 썩은내가 나는지 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일단은 탈출하기보단 악취가 난다고 떠들어야 겠다. 
탈출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이제 다시 진정 고래 배 속 이물질이 된다. 
뭐 이전에도 이물질이었지만, 그떄는 다른 이물질들이 많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이제 어쩌면 아주 외로운 이물질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물질이 되겠다. 
결코 고래 배속에 파묻히지 않겠다.